김동인 「배따라기」 형제는 왜 그렇게 엇갈렸나
살면서 "그때 왜 그랬을까"라며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습니다. 100년 전 김동인이 쓴 「배따라기」를 다시 꺼내 읽으며, 사소한 의심이 어떻게 한 가정을 무너뜨리고 평생의 방랑으로 이어지는지, 이 비극적인 서사를 통해 우리가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야 할 진심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보았습니다.
김동인의「배따라기」는 오해와 죄책감,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문학이 주는 날카로운 위로를 빌려, 우리 삶 속에 깊게 박힌 죄책감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밤배 위에서 시작된 이야기
1921년, 《창조》 4호에 처음 실린 이 소설은 김동인이 23세에 쓴 작품이다. 그는 1919년 주요한, 전영택 등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순문예 동인지 《창조》를 창간한 인물로, 한국 근대 단편소설의 형식을 처음으로 다듬어낸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배따라기」는 김동인이 처음으로 액자식 구성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담기는 구조, 즉 대동강 뱃놀이를 즐기던 '나'가 한 사내의 슬픈 노래를 듣고 그의 사연을 전해 듣는 방식이다.
이 형식은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한 발짝 물러서서 이야기를 바라보게 하되, 그 거리감이 오히려 감정을 더 깊이 누적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배따라기 줄거리 — 오해 하나가 두 삶을 바꾸다
이야기의 중심은 두 형제다. 평안도 출신의 형 '그'는 아내와 남동생과 함께 어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형은 아내와 동생이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오해를 한다.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아내는 남편의 동생을 그저 가족으로 대했을 뿐이고, 동생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오해의 발단이 된 것은 놀랍도록 사소한 계기 중 하나에 불과했다.
원작에서 그것은 다름 아닌 '쥐' 한 마리다. 쥐를 잡으려다 벌어진 우연한 몸짓, 그 찰나의 장면을 형이 목격하면서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이처럼 사소하고 우연한 순간이 한 인간의 삶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 김동인은 그 허망함을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분노한 형은 아내를 심하게 폭행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 폭력이 개인의 판단 착오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김동인이 그려내는 형의 분노는 이성과 본능이 충돌하는 가운데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다.
이것은 어떤 의지로도 쉽게 다스려지지 않는 충동, 즉 인간 내면에 잠재된 파국의 가능성이 우연이라는 방아쇠를 만났을 때 터져 나오는 것으로 읽힌다.
이처럼 「배따라기」의 비극은 나쁜 사람이 나쁜 짓을 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 운명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그날 밤,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동생은 집을 떠난다. 형도 자신이 한 일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채 뱃사람이 되어 떠돌기 시작한다.
세월이 흘러 형은 항구마다, 포구마다 동생을 찾아다닌다. 용서를 구하고 싶어서가 아닐 수도 있다. 단지 동생의 얼굴을 한 번만 더 보고 싶어서, 그 죄책감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내려놓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끝내 만나지 못한다.
배따라기의 의미 — 노래가 된 죄책감
제목 「배따라기」는 평안도 지방에서 뱃사람들이 부르던 민요에서 왔다. 원래는 뱃길의 안전을 기원하거나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는 민요였지만, 김동인은 이 제목을 통해 작품 전체의 정조(情調)를 단번에 규정한다.
노래는 언어가 닿지 못하는 곳을 건드린다. 소설 속 '나'가 강 위에서 처음 그 사내의 노래를 들었을 때 느낀 감정은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것은 사연을 알기 전에도 전해졌다. 김동인은 이 구조를 통해 죄책감이란 설명되기 이전에 먼저 감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를 타고 떠도는 삶 자체가 이미 형에게는 속죄의 형식이다. 정착하지 못하고, 어딘가를 향해 계속 가야만 하는 삶.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단순한 오해가 아닌, 구조적 폭력의 이야기
형이 아내를 폭행하고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사건은, 당시 여성이 처해 있던 구조 속에서도 읽어볼 수 있다. 아내는 억울함을 항변할 권리도, 그 자리를 떠날 선택지도 충분히 갖지 못했다.
형의 오해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오해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 허락한 위치와 연결지어 읽는 시각도 있다.
김동인이 이 사실을 직접 고발하려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아내의 죽음 이후 소설이 철저히 형의 죄책감을 따라가는 구성 자체가, 역설적으로 침묵 속에 지워진 아내의 존재를 더 또렷하게 부각시키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100년 전 이야기가 지금도 아픈 이유 : 감정의 보편성
우리는 지금도 비슷한 이야기를 살고 있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오해를 확신으로 굳혀버리는 일, 한번 내뱉은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를 무너뜨리는 일, 그리고 뒤늦게야 잘못을 알아차리지만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
기술은 바뀌었고 사회는 달라졌지만, 인간이 서로에게 저지르는 실수와 그 이후의 긴 후회는 여전히 동일한 무게로 남아 있다. 그 감정의 보편성으로 「배따라기」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읽힌다.
형은 끝내 동생을 찾지 못하지만, 그 찾아다니는 행위 자체가 이미 그 사람의 남은 삶이 된다. 용서받지 못한 채 죄를 안고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장 가혹한 벌일 수 있다.
김동인 문학에서 「배따라기」의 위치
김동인은 「감자」(1925), 「광화사」(1935) 등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파멸을 즐겨 다뤘다. 그 중에서도 「배따라기」는 감각적 자연주의보다는 서정성과 죄의식이 중심에 놓인, 다소 결이 다른 작품이다.
그는 이 소설에서 처음으로 서술자와 이야기 주인공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일 뿐, 사건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 거리감은 독자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것이 한국 근대소설의 서사 기법을 한 단계 끌어올린 지점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강 위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동강 위에서 흘러나오던 그 노래는 그저 흘러가는 배경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삶으로 부르는, 말이 되지 못한 고백이었다.
「배따라기」는 오해, 폭력, 죽음, 방랑, 그리고 닿지 못한 화해가 모두 담겨 있다. 어떤 후회는 평생 해소되지 않는다. 「배따라기」는 그 사실을 강물처럼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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